난쟁이가 살았다.
동화에나 나오는 귀엽고 착한 숲속의 난쟁이는 아니었다.
거대 도시 서울의 시청역 부근에 사는 난쟁이로 키는 1m17cm였다.
난쟁이의 소원은 언제나 보통 사람의 키가 되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난쟁이는 사람들의 편견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나는 난쟁이지만 너희들보다 일을 더 열심히 더 잘할 수 있는데'
난쟁이의 마음속엔 슬픔이 가득 찼다.
난쟁이가 하는일이라곤 시청역에서 구걸하기,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을 겁줘서
그 아이 부모에게 사탕을 강매하는 일이 전부였다.
난쟁이는 키가 크고 싶었다.
너무너무 크고 싶었다.
난쟁이는 매일 벌어들이는 수입의 일부분을 저축했다.
대게 하루에 천원정도였지만 1년이나 모았기때문에 꽤 상당한 돈이 되었다.
난쟁이는 그 돈을 아주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어졌다.
자신의 키를 키울 수 있는 그 무언가...
난쟁이는 시장으로 달려갔다. 열심히 달렸지만 일반인의 걷는 속도와 비슷했다.
신발가게로 들어갔다.
"신발을 신으면 키가 쑤욱 엄청나게 커지는 그런 신발 주세요"
"키높이운동화가 있긴한데...발사이즈가 어떻게 되요?"
"200이요"
"이거 어쩌지? 그렇게 작은 키높이 운동화는 안나와요"
난쟁이는 실망했다. 그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입에선 욕이 튀어나왔고 호흡이 가빠졌다.
다음으로 난쟁이는 인체로봇전문점으로 향했다.
"제 몸에 인공 팔다리를 붙여주세요. 키는 한..180cm정도면 좋겠어요"
"좋습니다. 그럼 우선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수술하는걸로 하지요"
"알겠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참. 수술비는 흐흠... 난쟁이보호법에 의해 30%를 할인하면... 팔다리 네개라...총 9천만원입니다"
"선생님 저한텐 지금 36만원뿐이 없어요. 제발 수술을 해주시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제발요..."
"내 참! 돈없는 난쟁이였군! 당장 썩 나가!"
난쟁이는 너무나 큰 실망감에 부들부들 몸이 떨렸다. 화도 났다. 돈이 없다며 자신을 쓰레기 취급한 인간에게.
난쟁이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돈은 36만원이 전부고 키는 크고 싶다.
앞으로 몇십년을 모아야 9천만원을 모을 수 있을지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절망감에 빠진 난쟁이는 다시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난쟁이는 정육용품가게로 들어갔다.
"날이 바짝 서서 돼지뼈도 자를 수 있는 칼을 하나 주세요"
"난쟁이 양반~ 요새 정육점은 다 망해가고 있소. 비전도 없는 사업은 왜 시작하려고 칼을 사러오셨소?"
"그건 아니고 그저 집에 있는 칼이 이가 다 빠져서 고기를 썰기 힘들어서 사려구요"
"아 그렇군. 이빠진칼은 거지들도 안쓴다오. 그럼 얼마짜리를 원하시오?"
"삼십만원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돼지자르는데 삼십만원은 무슨. 여기 5만원짜리 칼인데 국산이라오"
"그럼 그걸로 주세요"
"난쟁이 형씨 오늘 운이 좋구만. 마지막 남은 칼이라오"
"고맙습니다"
난쟁이는 묵직한 칼의 무게가 맘에 들었다.
시장을 나와 다시 인체로봇전문점으로 향했다.
삐리리리~삐리리리~ 로봇가게의 문은 열때마다 삐리리리하는 전자음이 들린다.
뭔가 고치는데 열중해있던 주인이 고개를 들고 현관을 바라봤을때
난쟁이는 손에 시퍼런 칼을 쥐고 있었다.
"아니 당신은!? 대체 나한테 원하는게 뭔데 날죽이려고 하는겁니까!?"
"난 돈없는 난쟁이지만 쓰레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어요"
난쟁이가 작게 대답했다.
손에 칼을 쥔채로 천천히 가게 주인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마치 슬로우 비디오 영상과 같았다.
"사실 난 상냥하고 착한 난쟁이는 아니예요..."
"........!"
"아저씰 죽이려고 한건 아니였는데..."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저한텐 딸린 식구들이 있단말입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이해해줘요"
"안돼!!!!!"
난쟁이는 인체로봇전문점에서 나왔다.
물론 손에는 아직도 칼이 쥐어져있다. 그리고 다른 손에는 둘둘말린 종이 뭉치를 쥐고 있다.
칼을 칼자루에 집어넣고 신발가게로 들어갔다.
"어머? 다시오셨네요~~~? 다른 신발이라도 사시려구요~?"
"네...200짜리 까맣고 튼튼한 신발로 주세요. 꼭 메이드인코리아로요"
"와 보는눈있으시네요. 여기있습니다. 4만8천원인데 4만5천원만 주세요"
"친절하시네요. 고마워요"
"안녕히가세요~"
난쟁이는 자신의 모든 짐을 꾸려서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동굴을 발견하고는 그 곳을 자신의 집으로 삼았다.
그리고 매일 날이 시퍼렇게선 칼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었다.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난쟁이는 자신의 작품에 만족했다.
인체로봇전문점에서 슬쩍해온 설계도로 직접 자신의 팔다리를 만든 것이다.
'그래! 이제 이것들을 내 몸에 끼우기만 하면 나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어'
난쟁이는 자신의 팔다리가 될 작품을 가지고 산을 내려왔다.
약국에 들려서 마취제를 사려고 했지만 팔지 않았다.
애견센터로 가서 동물을 위한 강한 마취제를 구입했다.
시청역 1번출구를 지나 200m가량 걸어가서 한 은행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여긴 난쟁이가 가끔 조용히 밥을 먹거나 잠깐 잠을 잘때 찾던 곳이다.
난쟁이는 주사기를 꺼내고 자신의 왼쪽 팔목을 조용히 내려다 보았다.
'그래 이쯤에 놓으면 되겠지. 나는 이제 평범해지는거야. 나는 난쟁이가 아니라구!'
쑤욱. 난쟁이는 몸속으로 들어오는 이상한 액체를 느꼈다.
그것은 난쟁이의 팔로 다리로 그리고 곧 난쟁이의 머리까지도 잠재울 것이다.
난쟁이는 자신의 왼팔이 무감각해졌다는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왼팔에 로봇팔을 이어붙였다.
다음엔 왼발이였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자꾸만 졸음이 찾아왔지만 난쟁이는 눈을 감지 않았다.
이제 곧 오른발을 이어붙일것이고 오른팔은 나중에 마취가 풀린뒤에 붙일 생각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밀려들었다.
난쟁이는 안간힘을써서 버텨보려했지만 두눈은 감겼고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난쟁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난쟁이가 있었다.
키는 1m22cm로 이 난쟁이의 꿈도 언제나 키가 커지는 것이었다.
잠든 난쟁이 곁으로 다가갔다.
곁에 있는 로봇팔과 다리 한짝이 보였다.
'나도 이것들만 있다면...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건 내것이 아닌데'
난쟁이는 갈등했다.
이것을 훔칠것인가 말것인가.
난쟁이는 오랜시간을 고민했다. 잠들어있는 난쟁이의 짐속에 칼이 한자루 보였다.
난쟁이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칼을 꺼내들고 잠든 난쟁이의 로봇 팔과 다리를 분리했다.
잘떨어지지않는 부분은 칼로 도려내기도 했다.
잠든 난쟁이는 빨간옷을 입은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난쟁이는 빨간옷의 난쟁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평생 빨간난쟁이로 사는게 잠들어있는 난쟁이에겐 더 어울릴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음날
은행의 경비원이 은행뒷편 주차장에서 빨간난쟁이를 발견했다.
멀리서 봤을때 경비원은 웬 빨간 고깃덩이가 떨어져있나 하고 의아해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게 빨간난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경비원은 자신의 상사인 경비대장에게 그 사실을 전달했고
경비대장은 직접 현장으로 나와 확인했다.
경비대장은 은행의 이미지 실추를 걱정했다.
'모 은행뒷편에서 빨간난쟁이 발견!' '빨간난쟁이와 모 은행은 무슨 관계인가?'
이런 기사가 잔뜩 실린 신문은 보고 싶지 않았다.
경비원과 경비대장은 검정색 쓰레기봉투를 들고나와 빨간난쟁이를 봉지 속에 넣었다.
봉지 밖으로 빨간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은행 곁을 지나가던 정육용품가게 주인이 경비원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까만 봉지에 무엇이 담겨있기에 빨간 액체가 나오느냐고 물었다.
경비원은 근처 캠핑장에서 오늘 은행직원 모두 야영을 하기로 했는데
어제 사둔 고기가 상해버려서 아깝지만 버린것이라고 말했다.
정육용품가게 주인은 어디서샀는지모르겠지만 몹쓸 정육점이라고 말하며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여전히 신발가게주인은 친절하게 신발을 팔고 있었고
인체로봇전문점 주인은 6개월전에 어떤 난쟁이가 칼을 들고와 위협해
애써 만든 설계도를 빼앗기긴했지만 나노기술로 새로운 로봇팔다리를 만들어서
로봇연구의 선두주자로 발돋움 했다.
정육용품가게 주인은 매일 정육점이 망해가는 세상을 한탄했지만
망한 만큼 다시 새로운 정육점이 생겨서 물건을 많이 팔았기에
정육점이 망하는 것도 그다지 나쁜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Tag // 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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