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 (8.5점)

from [생각]/책 2008/06/01 19:01
연애세포 관찰기 - 손수진 / 8.5점(10점만점) / 언제나 생각하지만 연애는 왜 이렇게 다들 비슷한거야?

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 - 8점
손수진 지음/북하우스

웬일인지 존댓말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오랜만이군요...
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 책을 손에 들고 표지를 살펴보고 '음악이 필요하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고른 노래는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노래 전 곡 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고 저 노래들을 들으셨다면 흠.. 취향에 안 맞거나 책과 전혀 안 어울리잖아! 뭐야!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전 제목과 표지를 보고 떠오르는 음악을 들은 것 뿐이니까요.
하지만 단언하건데(이런 말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하던데ㅎㅎ) 앵콜요청금지는 이 책과 잘 어울린답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보았습니다. 사진이 있더군요.
사진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소개를 보니 31살, 지금은 450일간의 세계일주를 떠났다고 하네요.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전 책 뒷편에 나온 씨네21기자 김도훈씨 처럼 요즘엔 사적인 연애를 샤방하게 포장해서 팔아먹는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연애 에세이를 읽은 건 내 인생에... 아마 처음일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말랑 말랑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행복의 정점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혼자였던 상태로 되돌아오는 짧은 여행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 가는게 생각 외로 재미있었어요.

그런거 있잖아요. 친구와 서로의 연애담을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 잔 마시면서 마구 털어놓는거.
'그래그래~ 지금이 좋을때지' '그 애 널 좋아하는게 분명해.' '후후훗 애인있으니까 좋냐~ 친구는 몰라라하고 말이야!' '자꾸 내 애인한테 달라붙는 X같은 애가 있는데...' '너가 아쉬울거 뭐 있어? 바람피면 차버려. 슬퍼할 가치도 없어' '오늘 다들 집에 가지마~!'
이런 이야기들을 밤새 조잘조잘 친구와 함께 나누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언제나 그렇듯 추억은 살짝 또는 많이 미화되기 때문에 손수진씨가 연애 초기의 애인에 대해 목소리가 모던재즈쿼텟의 콘트라베이스 같았다거나, 웃는 모습이 마치 여름날 소나기가 지나간 후의 햇살 같았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이냐고 묻고 싶기도 했어요.
뭐, 하지만 표현력이 좋은 사람이고 제목에 친절히 말해 줄 정도로 낭만주의자니까 눈에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여서 이 세상에서 그 남자가 제일 멋지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후후훗 웃어버렸습니다.

연애의 행복한 감정보다 이별 뒤,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생활에 전 더욱 많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특히 페이지 223) 어떤이는 사랑에는 끝이 없다더군요. 하지만 전 뭐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원이란 있을 수 없는게 아닐까요? 영원이라는건 예전에 본 책에 나온 구절을 인용하자면, '죽음으로 우린 영원이 된다.' 였던가... 죽은 뒤의 세계는 영원하잖아요. 그러니까 현실에서는 영원은 없지 않을까...
영원은 없고 언젠가는 헤어짐이 있으니 순간 순간 열심히 사랑하는게 가장 최고의 사랑법이겠죠?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먹는 것 처럼 쌉싸래하면서도 달콤한 책이었습니다.
세계여행 잘 다녀오세요. 다음엔 여행기를 가지고 나오실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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