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라스트 송 (9.5점)

from [생각]/책 2008/05/24 00:11
라스트 송 - 노자와 히사시 / 9.5점(10점만점) / "이곳이, 내 음악이 태어난 장소였어요."  "그래. 그럼 다다른 장소는?"

라스트 송 - 10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소담출판사

44살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작가, 음악 이야기. 간단히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였다.
나는 방금 책을 다 읽고 어쩐지 슬픈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기분 그대로 적지 않으면 이 책에 대해선 제대로 적어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바로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마주 앉았다.

나는 대체로 이렇다. 책의 뒷표지나 띠지에 적힌 글은 잘 보지 않는다. 뭐...사실 앞표지에 적힌 작은 글씨도 슬쩍 지나치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뒷쪽 띠지에 적힌 글을 미리 봤더라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책을 다 읽은 뒤에 생각한다. 띠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우리, 헤어지자. 헤어지자, 셋이서."
제목의 라스트 송이 무엇의 마지막 곡일까 생각했었는데 세명의 이별의 마지막 곡일 줄 이야.

아...또 하나 내가 노자와 히사시의 책을 읽게 된 이유가 있다.
전에 연애시대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을 때 나는 그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않았고 책도 물론 보지 않았다.
헤어지고 나서 하는 연애 라는 설명을 듣고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좋아하던 사람이 항상 가방 속에 연애시대 책을 들고 다녔다. 가방을 열어 구경할 때 마다 언제나 연애시대가 가방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그 사람을 연애시대 오타쿠!라고 놀리는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 뒤로 약 2년쯤이 지나서야 나는 노자와 히사시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사람과 나는 지금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어설픈 사이가 되었다. 이런게 헤어지고 나서 하는 연애 일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영화 같네.' 내가 괜히 그렇게 느낀건 아니었다.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라스트 송은 영화로 먼저 제작되고 소설로 쓰여졌다고 한다. 내가 대략 2시간 정도 책을 읽었으니...2시간 짜리 영화를 감상한 것과 같다.

의사할아버지, 의사아빠, 다소곳한 여관집 딸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난 쇼지 린코는 부모님이 계획한 삶을 그대로 착실하게 이루어 나간다. 할아버지때의 연줄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직하고 부모님이 소개해준 상대와 결혼을 전제로 연애한다. 만약 그때, 슈레스 포 밴드의 보컬 야스미 슈키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나바 카즈야의 기타 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린코는 부모님이 정해주신 길로 똑바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셋은 만나게 되었고, 그 어떤 것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빛의 중심에는 슈키치가 있었고 카즈야는 빛을 따라가려고 발버둥쳤으며 린코는 모두를 품에 안고 바라본다. 그들에겐 꿈이 있었고 음악이 있었고 사랑도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꿈만 있으면 모든걸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어린시절을 그리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우리는 아주 많은 시간을 흘려 보냈고 원하지 않았다고해도 이미 제멋대로 커버려서 어른이 되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도 훌쩍 커버려 꿈으로 모든게 해결되지는 않는 나이가 되었고 현실을 직시해야했다.

꿈이 막상 현실에 부딫히게되면 아무리 끈끈한 관계였다고해도 서로의 의견 다툼으로 분쟁이 일어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밴드는 만들어졌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고 멤버는 서로 충돌하며,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밴드도 있고, 무자비하게 밴드에서 제명당하기도 한다. 길지 않은 음악 생활이었지만 내가 겪은 밴드 생활은 그랬다. 이 소설과 같았다. 지독히 현실적인...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소설 속의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슈키치가 나오면 나는 슈키치가 되었고 카즈야가 나오면 카즈야가, 린코가 나오면 린코가 되고 마츠, 겐, 켄보도 되었다.
정신없이 읽어내려간 뒤 마지막으로 내게 남은 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이었다.

"네가 지금 다다른 장소는?"

나는 대답 할 수 없어. 그래서 슬퍼졌나보다.

꿋꿋하게 혼자 서는 법을 배우고 삶의 해답을 찾아 노래하는 세 명의 여정을 나는 똑똑히 지켜보았다.
인생은 고독한거야...누가 말했더라? 어디선가 들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내가 다다를 장소를 찾고 고독한 인생을 고독하지 않게 만들 방법을 찾아한다. 아마도 머나먼 여정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올 그 시간들을 피할 수 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피할 수 없으니 헤쳐나가는 길 밖에 없지 않은가. 오늘 밤은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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