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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정재형의 Paris Talk (9.0점)

정재형의 파리 토크 - 정재형 / 9.0점(10점만점) / 유쾌함 속에 숨어있는 우울.

정재형의 Paris Talk - 8점
정재형 지음/브이북(바이널)

연예인의 에세이는 대부분 그냥 사진 몇 장과 식상한 사랑이야기로 구성되었다는 내 편견을 깬 책이다.
정재형의 파리에서 살아남는 법이라고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한 인간이 어떻게 혼자서 머나먼 타국에서 먹고 자고 일하는지 솔직하게 조용조용 차분히 말해주고 있다.
노래만 잘 만들고 부르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글도 잘 쓸 줄이야...

난 정재형이 얼마전에 내놓은 3집 앨범을 작은 음량으로 틀어놓고 이 책을 읽었다.
노래들이 하나같이 파리의 분위기랄까...(파리라는 단어도 노래에 종종 나온다.) 약간의 우울함을 간직한 느낌.
유명인들의 에세이를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모든 인간은 거의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며사는 것 같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이나 은둔형 외톨이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산다는 걸 확인하고나니 저 멀리 있던 스타 정재형이 우리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즐겁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싸다고 정작 사야할 것은 안사고 필요도 없었던(그러나 살 당시에는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물건을 잔뜩 사들이고,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 돈을 도둑맞을까봐 막무가내로 은행 통장을 만들던 일, 냉장고 청소를 하기 위해 냉장고 안 음식들을 어떻게든 먹어치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일, 친구들을 방문으로 좁은 집에서 함께 웅크리고 잔 경험, 공항에서 초과되는 수하물과 제한되는 기내 반입물 때문에 당황하게 되는 일까지..
내가 겪었던 비슷한 일들을 생각하며 '후후훗 정재형씨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 역시 이런건 아무일도 아니라니까 다들 그럴 수 있는거야 암암~' 이라고 고객를 끄덕끄덕 거리며 웃었다.
정재형씨가 옆에 있었으면 밤새도록 서로의 경험에 대해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책 곳곳에 그가 찍은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이 나오는데 이것도 볼만했다. 그림도 잘 그리던...
또 정재형이 추천하는 카페,음식점,서점 등의 약도와 자세한 소개가 나와서 파리에 여행가는 사람들이 본 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 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이 에세이의 부제가 '자클린 오늘은 잠들어라'인데 정재형 3집 중 '쟈클린'이란 노래가 있어서 이건 무슨 연관이 있는건가?? 궁금했는데 에세이에 자클린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59페이지)
'자클린 오늘은 잠들어라' 부분을 읽고 쟈클린을 들으면 음악을 더 즐겁게? 상상하면서 들을 수 있을지도?

나도 모르게 푸후훗 웃음이 새어 나올정도로 유쾌하게 그려낸 파리에서 그의 일상, 일과 사랑,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 읽고, 어째서 내가 약간 우울해졌는진 모르겠지만 읽는 동안은 무척 즐거웠다.
 

나는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느낀 것을 또 노래한 것을 나는 지금 적고 있다. 높다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바람의 머리카락은 흔들린다.

왜 하필 프랑스인가요?
아마도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좀 더 충실해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거예요.

빠리의 낭만은 너무 짧고, 매몰차서 그 시간을 만나는 행운을 부여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다.

나도 사랑을 했었다.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관대 하면서도 시간의 흐름과 결과만이 다를 뿐인 헤어진 연인에게는 그토록 지독하게 인색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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