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 10점(10점만점) / 올 해 내겐 최고의 책
몇 번이나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제목과 표지는 인상적인데 내용은 어떨까? 재미는? 대체 무슨 내용이야?
그래서 책 뒷표지에 적혀있는 글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보다 명민하고, 양철북의 오스카보다 사랑스러운
아홉 살 소년의, 슬픔과 사랑에 관한 퍼즐 같은 이야기"
나에겐 너무 지겹던 호밀밭의 파수꾼보다는 재미있단거지? 그렇다면 그만 따지고 읽어주겠어.
열쇠구멍, 날아가는 새, 건물의 창문. 3장의 흑백 사진을 지나 첫 번째 소제목.
- 대체 뭐야 -
소제목과 같이 내가 이 책에 처음 느낀 느낌은 대체 뭐야? 이 책 특이하네?
9살 오스카는 아마추어 발명가(발명을 너무 많이해서 탈이다), 탬버린 연주자,
세익스피어의 연극배우(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보석세공사, 평화주의자 이다.
믿을 수 없게 많은 생각을 하고 발명을 하고 유명 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내고(특히 스티븐 호킹)
뉴욕에 있는 블랙씨들을 만나러 다닌다.
그것은 9.11테러로 인해 시체도 찾을 수 없는 아빠의 유품인 파란 꽃병 속의 열쇠를 발견하고 열쇠의 정체를 밝혀 내기 위함이었다.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 비밀 열쇠, 엄마의 남자 친구,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세입자.
엄청나게 많은 일들로 오스카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를 지르고
엄마에게 집착하기도하며 오로지 오스카를 지탱해주는 일은 열쇠의 비밀을 찾아 수많은 블랙씨를 만나는 일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오스카는 상처받아 있었고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어떤 드라마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1분전에 뒤돌아봤을때 있었던 사람이 1분뒤에 없어요? 어떻게"
오스카의 아빠가 그랬다. 바로 몇 분 전까지 집에 전화를 걸어 '나는 괜찮고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가면
뭔가 방법이 있을거란다.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했지만 몇 분 후엔 사라진다.
몇 분 사이에 산자가 죽은자가 되는일은 너무도 슬프고 당황스럽다.
나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꽤 늦게 경험한 편으로
그 때 나는 23살이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할머니의 모습은 그 전까지 내가 봐오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내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말랐었고, 목소리도 변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뭔가를 뱉어내셨다.
어디선가 그것이 암덩이를 뱉어내고 있는 거라고 소근 거렸다.
난 그래도 할머니가 그렇게 금방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병원에 문병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약 일주일 뒤 사망소식이 날아왔다.
눈물을 꾹 참고 있었지만 돌아가신 할머니의 차가운 볼과 이마를 만지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세상에 죽은이의 얼굴보다 더 차가운게 존재할까?
23살의 나도 갑작스럽게 맞이한 할머니의 죽음이 그렇게나 슬펐는데 아홉 살이면...상상도 되지 않는다.
오스카가 열쇠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와 더불어 진행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데
오스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전쟁으로 사랑하던 사람들을 모조리 잃었다. 가족은 물론,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아이까지 말이다.
커다란 상실에 연이은 목소리의 상실. 그는 노트에 글씨를 적어가며 다른이와 소통한다.
'나는 말을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으로 그는 자신을 사랑해주던 아내를 버리고 떠난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살던 그 곳으로...
그리고 매일 매일 떠나온 아내의 뱃속의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아주 오랫동안 편지를 쓰지만 보내진 못한다.
그의 아픔과 버려진 아내의 아픔.
그녀는 무의 공간에서 자신의 자서전을 쓴다. 탁-탁탁- 몇 천장의 종이에 빼곡하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적어온 자서전은 그녀의 슬픔 그 자체였다. 169페이지, 그녀의 자서전을 보며 나는 적잖이 당황했고 많이 슬펐다.
책의 마지막 15장의 사진을 나는 빠르게, 몇 번은 느리게 넘겨보았다.
이 책은 완벽하다. 뭔가 빠지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결말 또한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올 해 내가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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