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력서 (9.0점)

이력서 - 나카무라 코우 / 9.0점(10점만점)

이력서 - 8점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문학동네

이력서. 제목이 좀 특이하다. 딱 세글자 "이력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이력서는 이렇다.
하얀 종이, 빼곡한 텍스트,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학교가 실제로 그 사람의 능력과 연관이 있긴 한걸까?)
어떤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경력은 이렇습니다, 라고 설명하는 실제론 가볍지만 딱딱하고 무거운 인상의 종이.
전혀 예상 밖의 내용으로 흘러가는 이 책은 특별하다.

처음 이력서를 작성하는 날은 누구나 많은 고민을 하나보다.
한자와 료도 이력서를 앞에 두고 어떤 말을 써야할지 고민한다. 나도 17살때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어서 이력서를 처음 썼었는데 그냥 이름, 나이, 재학중인 학교를 쓰는건데 인터넷을 뒤져가며 썼던 기억이 난다.
이제 막 이력서를 쓰려고 하는 료에겐 누나가 한 명 있는데 그녀는 동생에게 말한다.

"정직하게 쓰는 거야. 대충 알아서 쓰는 건 괜찮지만 거짓말은 안 돼. 대신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정직하고 대범하게 쓰는 거야."
"그럼, 학력 같은 건?"
"되고 싶은 대로 적어넣으면 되잖아."

되고 싶은 대로 적는다. 이 얼마나 무심한 말인가... 학력 위조 파문이 저번에 크게 한 번 지나갔는데...
그래. 이건 소설이니까. 료 네가 되고 싶은 대로 맘껏 써보렴.
정직하지만 대범하게 쓴 이력서로 료는 유한회사 이와이 석유에서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한적한 새벽의 주유소, 가끔씩 무리를 지어 달려가는 자동차, 누나의 친구 야마자키씨에게 재떨이를 사다주고 선물 받은 바구니 자전거(자전거 이름은 어디2), 30km로 달리는 스쿠터를 탄 수험생.
새벽 3시 30분 어딘가에 있는 그녀에게 보여주기위한 체조와 호신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3시의 고요함 속의 비밀스런 판타지를 이력서는 맛보게 해준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연히 만나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나는 그런 사람을 얼마나 많이 스쳐보내게 될까?

책을 읽는 동안 난 참 행복한 기분에 푹 빠져 있었다.
이런 글은 젊을때가 아니면 절대 쓰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
작가의 데뷔작이란 이렇듯 풋풋하고 사랑스러워야 마땅하지 않은가? 하는 편협한 사고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나카무라 코우의 이력서는
한 낮, 공원의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아아 좋구나~ 이런게 바로 행복 아니겠어?' 와
비슷한 일상의 작은 행복을 폴폴 풍기는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아. 그리고 책 속에 누나의 친구 야마자키가 작곡한 곡(79페이지)의 코드와 가사가 나오는데
심심해서 기타로 직접 쳐봤는데 음...깔끔하고 귀여운 곡 이었다.
몇 개의 쉬운 코드로 이루어진 간단한 곡이니 책을 읽고 궁금하면 쳐봐도 좋을 듯 하다.


지난번 편지를 다 쓰자마자 저는 그것을 봉투에 넣고 풀로 봉했습니다.
다 쓰고 난 편지를 잠시 후에 다시 읽어보면 항상 부끄러워진다는 사실을 저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애는 수집광이야.
그러니까 도코는 이바라키의 바닷가에서 나를 주운 거야. 후후. 전 남편이었던 엔지니어도 분명히 어딘가에서 주워왔을 거야. 그리고 요전에는 말이지, 후후후. 남동생까지 주워왔어.
하지만 말이야, 그거 알아? 그애는 다정해. 정말로 다정해"
"다정한 수집광이야."

"이렇게 다정한 키스는 태어나서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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